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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이외수
가을이 오면
그대를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
가을역 투명한 햇살 속에서
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
탱자나무 울타리
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
그대 이름 지우고
종일토록 내 마음
눈 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으로나
걸어 두겠네
그릷다 나태주
쓸쓸한 사람,
가을에
더욱 호젓하다
맑은 눈빛,
가을에
더욱 그윽하다
그대 안경알 너머
가을꽃 진자리
무더기, 무더기
문득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
그립다
내장산 단풍 나태주
내일이면 헤어질 사람과
와서 보시오,
내일이면 잊혀질 사람과
함께 보시오,
왼 산이 통째로 살아서
가쁜 숨 몰아 쉬는 모습을
다 못 타는 이 여자의
슬픔을....
국화 이찬용
꽃 내음 가득 안고서
파아란 가을을 빚어라
불볕 욕망들이 이제는
다소곳 머리를 숙이고
비를 몰던 거친 바람도
조용히 숨을 고르네
밤송이 여물고 터지는
재미 제법 쏠솔하느니
가을길 / 김종해
한로 지난 바람이 홀로 희다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지는 가을
서오릉 언덕 너머
희고 슬픈 것이 길 위에 가득하다
굴참나무에서 내려온 가을산도
모자를 털고 있다
안녕, 잘 있거라
길을 지우고 세상을 지우고 제 그림자를 지우며
혼자 가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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